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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상담이라는 게 생각보다 더 피곤한 일이더라

어쩌다 시작된 연애 상담의 굴레

며칠 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갑자기 연애 상담 센터라도 차린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평소 남의 연애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인데, 다들 술기운이 조금 오르니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기 연애 고민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가 도무지 연락이 안 된다며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다른 친구는 재회 방법을 검색하며 연애언어연구소 같은 곳의 영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오면 그럴듯한 조언을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는데, 이제는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사실 들어주는 것도 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훈남 기준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친구 중 한 명은 최근에 부산 노블레스 같은 결혼 정보 업체 비슷한 곳에 가입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 하는 말이 ‘훈남’을 만나고 싶다는 거다. 그런데 그 훈남의 기준이 참 모호하다. 성격이 좋았으면 좋겠고, 경제력도 적당히 갖췄으면 좋겠고, 외모도 내 취향이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요즘 세상에 훈남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인 것 같다. 나도 가끔 커플넷 같은 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플랫폼에서 만남을 갖는 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직 좀 낯설고 어색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30분 정도 상담 서비스를 받으면 십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요즘의 독설 연애 상담도 화제라던데, 돈을 내고서라도 남에게 내 연애를 평가받고 싶어지는 마음은 대체 어떤 걸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결혼 나이가 뭐라고 이렇게 고민할까

우리는 왜 이렇게 결혼 나이에 집착하게 되는 걸까. 술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가 몇 살에 결혼했고, 누구는 아직 솔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94년생 친구는 벌써 사주팔자를 보러 다닌다며 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졸랐다. 나도 가끔 오늘의 운세 같은 걸 챙겨보긴 하지만, 그걸로 내 인생의 큰 흐름을 결정하려는 건 좀 무리 아닌가 싶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나도 모르게 ‘오클라호마 출신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같은 아무 말이나 던지며 분위기를 띄우게 된다. 진지하게 조언을 해줘도 결국 그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라는 걸 아니까. 예전에는 연애 상담이 서로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서로의 외로움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상담 뒤에 남는 묘한 피로감

친구들을 다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두 시가 넘었다. 술기운이 가시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아까 친구들에게 해준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자존심을 버려라’ 혹은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같은 뻔한 말들만 늘어놓은 것 같아 괜히 미안해졌다. 사실 나도 내 연애 하나 제대로 못 해서 전전긍긍할 때가 많은데,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했나 싶기도 하고. 정신과 상담실이나 경찰서 민원 상담실에 전화해서 연애 문제로 하소연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만큼 다들 마음 둘 곳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가끔은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누군가와 아무런 계산 없이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관계의 문제

창밖을 보니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연애 상담을 하다 보면 결국 본질은 ‘내가 지금 얼마나 외로운가’ 혹은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로 귀결되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종일 들은 친구들의 연애 고민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 했던 내가 조금은 우스웠다. 커플 심리 상담 센터에 가면 뭔가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거다. 결국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 또한 오롯이 내 몫이니까. 내일은 또 오늘의 운세를 검색해보며 웃고 넘기겠지만, 오늘 밤 나누었던 그 지지부진하고 결론 나지 않는 고민들은 아마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다.

“연애 상담이라는 게 생각보다 더 피곤한 일이더라”에 대한 3개의 생각

  1. 친구분이 훈남 기준이 너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결국 사람의 매력은 훨씬 복합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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