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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갑자기 전화신점을 눌러버렸다

새벽 두 시의 충동적인 결정

거의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자야 하는데 잠은 안 오고, 휴대폰으로 멍하니 뉴스나 기웃거리다가 문득 몇 년 전 일이 생각났다. 누군가 그랬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도저히 정리가 안 될 때 신점을 보는 게 어떤 사람들에겐 일종의 환기 같은 거라고.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믿는 건 아니지만, 그냥 누군가 내 상황을 좀 들어줬으면 싶었다. 검색창에 ‘전화신점’을 쳤고,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사주나루라는 플랫폼이 눈에 들어왔다. 회원가입하고 상담료를 충전하는데 5만 원 정도가 나갔다. 솔직히 적은 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이 답답함을 누가 좀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너무 긴장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막상 연결 버튼을 누르려니 손이 떨렸다.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멈칫거렸다. 연결이 되고 나니, 반대편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더 일상적인 말투여서 오히려 좀 당황했다. 뭔가 엄청나게 신비롭고 거창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그냥 아는 언니나 누나랑 통화하는 기분이었다. 고민은 사실 별거 없었다. 일도 일이고, 사람 관계도 꼬여있고, 그냥 다들 겪는 그런 고민들이다. 근데 막상 생년월일을 말하고 나니 갑자기 훅 하고 올라오는 게 있어서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 30분 정도 통화했나. 요금 생각하니까 중간에 말을 끊어야 할 것 같아서 괜히 시계만 쳐다보게 되더라.

어쩌면 위로가 필요했던 걸지도

상담사분이 해주시는 말 중에 기억나는 건 몇 개 없는데, 이상하게 그날 밤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나보고 뭐가 문제라거나, 어떻게 해야 인생이 바뀐다거나 하는 거창한 해답을 들은 건 아니다. 그냥 ‘지금 마음이 많이 지쳐 있네요’라는 말 한마디가 참 컸던 것 같다. 친구들한테 말하면 ‘그건 네가 참아야지’라거나 ‘그냥 좋게 생각해’라고들 하는데, 얼굴 모르는 누군가한테 내 감정을 그냥 툭 던져놓는 게 이렇게 해소가 되는구나 싶었다. 물론 통화가 끝나고 다시 현생으로 돌아오니 상황이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 출근하면 해결해야 할 산더미 같은 일들도 그대로고, 사람 관계도 여전히 그대로다.

돈을 쓴 게 아까운지 아닌지 모르겠다

가끔은 5만 원이나 들여서 고작 내 푸념을 들어준 사람에게 통화한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부적을 쓰라거나 굿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담이 끝나고 나니 약간의 허무함이 밀려왔다. 사람들은 재결합 운이니 뭐니 하면서 신점을 찾는다던데, 난 도대체 뭘 기대하고 전화를 걸었던 걸까. 통화 시간이 20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상담사분도 내 질문에 대답하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더 들어주시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게 신점의 진짜 역할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상담 비용이 조금 더 합리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화를 걸 것 같다

어쨌든 그날 밤에는 덕분에 잠을 잤다.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는 느낌, 그거 하나 얻으려고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막상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어젯밤에 했던 말이 기억도 잘 안 난다. 상담 중에 메모라도 해둘 걸 그랬나. 다시 같은 상황이 오면 그때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볼 게 생길까? 아니면 똑같이 횡설수설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릴까.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답답할 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가도, 조금 괜찮아지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니 말이다. 다음에는 좀 더 차분하게 준비해서 전화해볼까 싶지만, 또 새벽에 갑자기 생각나면 그냥 충동적으로 누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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