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띄워준 연예인 신점 영상과 요즘 내 심정
며칠 전에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쇼츠를 쓱쓱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배우 황정음이 나와서 눈물을 흘리며 사주랑 신점 이야기를 듣는 클립을 보게 됐다. 그 배우가 “사랑도 힘들고 팔자도 세다”면서 복잡한 표정으로 우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묘하게 몰입이 되더라. 나도 요즘 회사 일도 지긋지긋하고 인간관계도 꼬여서 속이 답답하던 참이었다. 남의 기구한 사주팔자 이야기를 멍하니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팔자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요즘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이직에 대한 고민이 폭발하기 직전이라, 괜히 뭐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평소에는 미신이니 뭐니 하면서 콧방귀를 뀌던 나였는데, 마음이 약해지니까 이런 사소한 영상 하나에도 마음이 출렁이는 게 스스로도 참 웃겼다.
무료 사주앱을 들여다보며 느낀 답답함과 한계
처음에는 돈을 쓰지 않고 대충 해결해 보려고 스마트폰을 켰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서 가장 다운로드 수가 많은 사주앱 중 하나인 ‘점신’을 다운로드 받았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고 오늘의운세랑 이직운세를 무료로 조회해 봤다. 화면에 텍스트가 길게 쭉 나오는데, 읽다 보니 이게 내 얘기 같기도 하고 그냥 아무한테나 다 들어맞는 뻔한 소리 같기도 해서 시큰둥해졌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동수가 있으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같은 두루뭉술한 조언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무료 버전이라 화면을 넘길 때마다 튀어나오는 광고들이 흐름을 뚝뚝 끊어놓아서 짜증이 났다. 조금 더 내 상황에 딱 맞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갈증이 오히려 더 심해졌다.
삼 일을 기다려서 오만 원짜리 전화점을 예약하다
앱으로는 도저히 해소가 안 되길래, 퇴근길에 버스 안에서 사주궁합사이트와 전화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검색해 봤다. 직접 점집에 가기에는 시간도 없고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어서, 비대면으로 통화할 수 있는 전화점을 알아봤다. 후기가 엄청나게 많은 어떤 무속인을 골랐는데, 가격은 30분 상담에 오만 원이었다. 생각보다 비싸서 결제 버튼 앞에서 한 5분 정도 망설였던 것 같다. ‘치킨 두 마리 안 먹지 뭐’ 하는 마음으로 카드를 긁었다. 예약이 밀려 있어서 바로는 통화가 안 됐고, 삼 일을 기다린 후에야 약속된 시간에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약속 시간 10분 전부터 괜히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듣는 것처럼 긴장하는 내 꼴이 참 우스꽝스러웠다.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온 뻔하면서도 찔리는 이야기들
예약된 시간이 되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하고 평범한 아주머니 목소리였다.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말씀드리니 한참 동안 종이를 사각사각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대뜸 “본인은 머리는 좋은데 끈기가 부족하고, 일복은 많은데 버는 돈은 다 어디로 새어나간다”는 말을 하셨다. 순간 흠칫했다. 솔직히 누구나 다 자기 일복이 많고 돈이 안 모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내 상황에 대입해 보니 유독 뼈를 때리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직운세를 물어보니 “내년 봄까지는 버텨라, 지금 움직이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하셨다. 30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나는 내내 고개만 끄덕이며 “네, 맞아요”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텍스트 화면과 목소리가 주는 피로감의 차이
전화를 끊고 나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사주앱으로 오늘의운세를 쓱 훑어보고 넘길 때는 그냥 가벼운 킬링타임용 심심풀이로 여겼는데, 확실히 돈 오만 원을 내고 사람 목소리로 직접 내 사주팔자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게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거나 인생의 방향이 명확해진 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통화하는 내내 긴장했던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앱은 그냥 맘에 안 들면 꺼버리면 그만인데, 전화 상담은 그 사람의 목소리 톤과 말투에 내 감정이 자꾸 휩쓸리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내 선택의 몫을 남에게 떠넘기고 싶어서 돈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자책감도 살짝 밀려왔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을 안고 내일을 준비하는 밤
그렇게 비대면으로 사주를 보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내일 아침이면 나는 또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싫어하는 상사가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 전화점 상담사가 내년 봄까지는 이직하지 말고 버티라고 했지만, 당장 다음 주에라도 진짜 마음에 드는 채용 공고가 뜨면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주팔자라는 게 결국 지나고 나서 끼워 맞추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마음이 또 휘청이면 다른 사주궁합사이트를 기웃거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방구석에서 오만 원을 날린 건지, 아니면 그만큼의 위안을 산 건지 여전히 헷갈리는 밤이다.

전화 상담비 오만 원, 결국 머리 아픈 만큼 피곤한 것 같아요.
왠지 저런 얘기 들으니까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황정음 배우 영상 보면서 저렇게 감정몰입하는 모습 보면 진짜 공감 되네요. 제 경우에도 비슷한 유튜브 채널 자주 보면서 괜히 불안해지는 느낌 받거든요.
황정음 배우 영상 보면서 묘하게 몰입되는 거, 나도 비슷한 경험 한 번 있어요. 특히 답답한 상황에 휩쓸려 무언가에 의존하게 되는 모습이 딱 와 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