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갑자기 기분이 좀 처져서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고민상담 어플을 하나 깔았다. 사실 이런 거 예전부터 주변에서 많이들 하길래 궁금하긴 했는데, 막상 결제하고 들어가려니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거다. 그래서 그냥 무료 점사만 볼 수 있는 걸로 골랐다. 사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어플인데, 김규리타로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맞다. 사주플랜이었나? 아무튼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심심풀이로 내 사주나 좀 볼까 싶어서 들어갔다.
폰 안에서 마주하는 내 사주라는 것
내 게자리 운세가 요즘 별로라고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어플 들어가서 생년월일 넣으니까 묘하게 그럴듯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7월 15일 기준이라는데, 뭐 장기적인 투자에 유리하다느니 당장은 눈앞의 결과가 없어도 행운이 오고 있다느니 하는 말들이다. 솔직히 이게 내 상황이랑 딱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누구한테나 해당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근데 새벽이라 그런지 그런 뻔한 말에도 마음이 살랑거리는 게 참 웃기더라. 타로점 정확도 같은 걸 따지기엔 너무 간단한 시스템이었는데도, 괜히 카드 한 장 뒤집으면서 혼자 진지해졌다.
채팅으로 하는 타로와 신점의 묘한 거리감
조금 더 깊은 대화를 해볼까 싶어서 유료 상담 목록을 슥 봤는데, 카톡신점 같은 건 생각보다 가격이 나갔다. 보통 10분에 2~3만 원 정도? 싼 곳은 만 원대도 있는데, 뭔가 대면 상담이 아니라 채팅으로 점을 본다는 게 영 익숙하지가 않다. 예전에 종로 쪽에서 타로 보러 갔을 때는 15분에 2만 원인가 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상담사 얼굴이라도 보면서 이야기하니까 돈이 안 아까웠다. 근데 이건 텍스트로 내 고민을 쳐 넣어야 하니까 왠지 묘하게 피로감이 몰려오더라. 타로카드 추천받고 싶어서 어플을 켰다가 오히려 내가 더 피곤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왜 남의 말에 기대게 되는 걸까
결국 상담 버튼은 안 눌렀다. 돈 아까운 마음이 컸던 건지, 아니면 정말 내 문제를 모르는 사람한테 털어놓기가 싫었던 건지 모르겠다. 사실 누구한테 털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긴 하다. 그냥 답답한 마음을 어디든 풀어놓고 싶었던 건데, 어플 속 AI 사주 분석 결과는 너무나 건조했다.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라’는 말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거슬리는지. 내가 누굴 만나는지도 모르는 프로그램이 그런 말을 하니까 괜히 기분이 더 묘했다.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한참을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다가 껐다.
남겨진 찝찝함과 알 수 없는 운의 방향
아침에 일어나니까 어제 새벽의 그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데이터 쪼가리만 남은 기분이다. 내가 왜 새벽에 그런 어플을 깔았을까. 뭐, 그래도 가끔은 이런 게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정말 간절해서라기보다, 내가 내 인생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가끔은 낯선 누군가(혹은 데이터)가 해주는 해석이 차라리 마음 편할 때가 있거든. 사실 오늘 운세가 좋다는 말을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성급함만 줄이면 결과가 좋을 거라는데, 글쎄, 오늘 하루도 그냥저냥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결국 내 고민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만 다시 확인한 셈이다. 내일 또 새벽에 잠 안 오면 어플을 다시 켜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묘하게 중독성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보면 별거 없는 그런 느낌. 상담 어플이라고 해서 거창한 해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을 비추는 아주 작은 거울 하나를 폰 안에 넣어둔 느낌이랄까. 다음번엔 그냥 근처 카페라도 가서 차 한 잔 마시는 게 정신 건강에는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그냥 이 정도로 정리하고 다시 현실적인 업무들로 넘어가야겠다.

데이터 쪼가리만 남은 기분이라, 제가 새벽에 그런 감정에 휘둘렸던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차 한 잔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사주 분석 결과가 너무 억지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가끔 혼자 끙끙 앓는 게 습관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