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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로또 명당이라길래 줄 서서 사봤는데

비 오는 날 굳이 찾아간 곳

며칠 전부터 자꾸 이상하게 운이 좀 풀릴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평소보다 기분이 조금 들뜬 상태였다고 해야 하나. 마침 친구가 너 요즘 운세 한번 봐보라고, 어디 쪽집게처럼 잘 맞히는 곳이 있다고 호들갑을 떨길래 평소라면 무시했을 텐데 그날따라 귀가 팔랑거렸다. 그래서 결국 찾아간 곳이 서울의 그 유명하다는 로또 판매점이다. 사실 로또 명당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좀 우습긴 한데, 막상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그 긴 줄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뒤에 서게 되더라.

대기 시간과 불필요한 기다림

줄이 생각보다 길었다.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우산을 쓰고 대충 30분은 서 있었던 것 같다. 내 앞에는 중년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뭘 그리 진지하게 고민하는지, 번호를 고르느라 한참을 창구 앞에서 멈춰 서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좀 짜증이 났다. 나도 그냥 5,000원어치 자동이나 하나 사서 가려고 했던 건데, 사람들의 그 간절함이 눈에 보이니까 왠지 나만 아무 준비 없이 온 것 같은 묘한 압박감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다가도, 여기까지 온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사주와 로또의 묘한 관계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예전에 재미로 봤던 사주 생각이 났다. 그때 술사가 나보고 올해 재물운이 평이한 수준이라면서, 돈과 관련해서 약은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갑자기 이게 ‘약은 행동’인가 싶어서 좀 찔리기도 했다. 누구는 대만 단오절에 ‘오시수’를 끓여서 재물운을 부른다는데, 나는 고작 비를 맞으며 로또 용지 몇 장에 내 운을 거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83년생은 초심을 잃지 말라던데, 내 초심은 그냥 퇴근하고 맥주 한잔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가격과 현실적인 체감

드디어 창구 앞까지 다가갔을 때, 나는 그냥 늘 하던 대로 10,000원을 내고 자동으로 달라고 했다. 수동으로 번호를 조합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왠지 그렇게 머리를 굴리는 게 아까 사주에서 말한 ‘약은 행동’ 같아서 그냥 운에 맡기기로 했다. 옆에 있는 사람은 24K 순금 거북이 같은 걸 사서 책상에 두면 재물운이 오른다며 휴대폰으로 검색까지 하고 있던데, 그런 걸 보면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하다. 나도 솔직히 그 거북이 사진을 보며 잠시 고민했다. 가격대가 꽤 나가는 것 같던데, 그걸 사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냥 로또를 사는 게 나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의 찝찝함

결국 로또 다섯 게임이 찍힌 종이를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비가 조금 더 세게 왔다. 신발은 다 젖었고, 가방 속 로또 용지는 습기 때문에 조금 눅눅해졌다. 이걸 산다고 해서 내일 당장 큰돈이 들어올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집에 와서 식탁 위에 그 종이를 올려두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냉장고에 붙여둘까 하다가,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책상 서랍 속에 넣어뒀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한지 모르겠다. 로또 당첨 발표일까지는 이 종이가 내 재물운의 전부가 될 텐데, 결과가 나오면 아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잊어버리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이게 참 시간 낭비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나쁘지 않은 이벤트였다고 스스로를 달래본다.

“갑자기 로또 명당이라길래 줄 서서 사봤는데”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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