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말 답답한 일이 있어서 무작정 신당을 찾아갔다. 사실 평소에 이런 걸 맹신하는 편은 아닌데, 친구가 하도 용한 곳이 있다고 옆에서 부추기는 바람에 얼떨결에 예약까지 하게 됐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서울 시내 외곽에 있는 곳이었고 비용은 30분에 5만 원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긴장도 되고, 도대체 영점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앉아 있었다.
영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들었다
무속인 분이 앉자마자 영점이라는 단어를 쓰시는데, 처음에는 이게 무슨 총기 영점 조절도 아니고 싶어서 속으로 좀 웃었다. 그런데 대화가 조금 진행되다 보니 내가 굳이 말하지 않은 구체적인 상황들을 툭툭 던지시더라. 특히 작년 겨울쯤에 내가 겪었던 사소한 사건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실 때는 솔직히 등 뒤로 식은땀이 조금 났다. 예전에 동네 순대국집에서 정말 기분 나쁜 일을 겪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까지 어떻게 알고 꺼내시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정말 억울해서 잠도 못 잤었는데,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다시 들을 줄은 몰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들
상담이 이어지는 동안 내 머릿속은 온통 질문으로 가득 찼다. 정말로 내가 내 인생의 궤도를 여기서 맞출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인지 판단이 잘 안 섰다. 신점 상담이라는 게 사실 통계적인 접근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데도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힘든 일이 생기면 결국 이런 곳을 찾게 된다. 30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나오면서는 내가 지금 무얼 얻었는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은 찜찜함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무속인 분이 했던 말들을 하나씩 적어봤는데, 집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또 묘하게 빗나가는 부분들도 보였다. 처음 그 자리에서는 찰떡같이 맞는 말 같았는데, 왜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면 흐릿해지는 걸까. 마치 축구 선수가 경기장에서 영점을 조준하다가 결국 빗나가는 슈팅을 날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괜히 돈만 쓴 건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덕분에 머릿속의 복잡한 실타래가 조금은 풀린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잘 모르겠다.
결국은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
결국 인생의 방향키는 내가 잡아야 한다는 뻔한 결론만 다시 확인한 꼴이 됐다. 유명한 점집이라고 해서 찾아갔지만, 막상 내 고민의 핵심은 점괘가 아니라 내 태도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점을 잘 맞추고 싶어서 찾아간 곳에서 오히려 나 자신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었는지 확인하고 나온 기분이다. 다음에 또 이런 답답한 일이 생기면 다시 갈지, 아니면 그냥 혼자 삭히며 지낼지는 모르겠다. 아마 또 비슷한 고민이 생기면 어디론가 전화를 걸거나 예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씀하신 대로, syneses이 빗나가는 슈팅에 비유하신 게 정말 와닿네요. 뭔가 직접적이지 않게, 마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사소한 사건을 기억해내시는 분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의외로 당황했었어요.
영점 맞추려고 갔는데, 자기 생각에 문제 자체가 자기 태도라는 걸 알게 되니까 좀 씁쓸하네요.
그분 말씀하시는 작년 겨울 사건, 정말 잊고 지냈던 기억이 떠올라서 신기하네요. 묘하게 그 때 당시의 감정이 다시 스멀스멀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