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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안한 마음을 못 이겨 전화 신점을 예약해봤다

밤늦게 결제해버린 전화 신점

며칠 전부터 마음이 너무 붕 떠 있었다. 회사 일은 딱히 변한 게 없는데, 미래가 갑자기 막막하게 느껴지는 그런 밤들이 계속됐다. 처음엔 그냥 유튜브에 올라온 운세 영상 몇 개를 클릭해서 보다가, 알고리즘이 나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인도했다. 결국 새벽 2시쯤 충동적으로 ‘점신’ 같은 앱을 뒤지다가 전화 신점 사이트를 들어갔다. 30분에 5만 원인가, 꽤 큰 금액을 결제했는데 막상 통화 연결 버튼을 누르려니 손이 떨렸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누군가한테 내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는 욕구가 불안을 이겨버린 것 같다.

무당 선생님과의 첫 통화

전화를 받으신 분은 생각보다 목소리가 또랑또랑했다. 내가 기대했던, 혹은 영화에서 봤던 아주 낮고 무거운 분위기의 점쟁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동네 언니나 친척 이모 같은 느낌이랄까.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어보시더니 갑자기 ‘양인살’ 이야기를 꺼내셨다. 사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사주에 칼을 품고 있다는 뜻 정도? 좋게 말하면 주관이 뚜렷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세서 주변 사람 피곤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듣다 보니 웃기기도 하고, 조금 찔리기도 했다. 내가 좀 고집이 세긴 하지. 30분 통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신내림 이야기의 무게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내 조상님 이야기를 하시면서, 기운이 많이 막혀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살짝 조심스럽게 ‘신’을 받아야 할 사주는 아닌데, 주변에 기운이 너무 엉켜 있어서 기도를 좀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사실 이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던 그 신내림 이야기가 내 상황에서도 나오다니. 나중에는 굿이나 부적 같은 권유가 들어오지 않을까 싶어서 등 뒤로 식은땀이 조금 났다. 다행히 그 이상 구체적으로 뭔가를 강요하진 않으셨지만, 그 순간부터 나는 대화에 집중하기보다 경계 태세를 갖추게 됐다.

앱에서 본 내용들과의 괴리감

평소에 포스텔러나 무료 사주 어플을 자주 켜보곤 한다. 거기서 나오는 사주 풀이는 굉장히 정갈하고 논리적이다. ‘올해는 어떤 운이 들어옵니다’ 같은 깔끔한 문장들. 그런데 이번에 전화로 들은 이야기는 훨씬 더 날것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어떤 때는 내 사주를 보시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 성격에 대해서는 정확히 짚어내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다들 미워하고 있다는 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들킨 것 같아서 목소리가 작아졌다.

5만 원의 결과에 대하여

통화를 끊고 나니 5만 원이 나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친구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도 충분한 돈인데, 나는 허공에 대고 내 마음을 털어놓는 데 이 돈을 썼다. 전화를 끊은 직후에는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특히 그 신내림과 관련된 암시 같은 말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게 정말 의미가 있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상담사의 흔한 영업 멘트였을까. 여전히 답은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 밤이 조금 덜 불안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사실은 그냥 잠이 부족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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