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였나, 잠실 롯데월드몰 근처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냥 들어갔던 곳이 있다. 사실 사주 같은 걸 맹신하는 편은 아닌데, 그날따라 날씨도 너무 습하고 밖에서 1시간 가까이 서 있기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었는데, 밖에서 보기엔 사주랑 타로를 같이 보는 작은 샵이었다. 이용료는 보통 한 번 상담에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부르길래,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 가볍게 들어가 봤다.
좁은 공간에서의 낯선 대화
안으로 들어가니 에어컨 바람은 참 시원했는데, 그 공간 특유의 냄새랄까, 향냄새와 종이 냄새가 섞인 묘한 기운이 확 올라왔다. 앉자마자 생년월일이랑 태어난 시간을 물어보시는데, 사실 몇 시에 태어났는지 정확히 몰라서 대충 오후쯤이라고 얼버무렸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꽤 차분한 말투였는데, 내 성격이 급하다거나 고민이 많다는 뻔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건 강남 철학관이나 은평구 어디쯤 있는 유명한 신점 보러 가도 다 똑같은 소리 듣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이별’이라는 키워드를 먼저 꺼내시는데, 얼마 전 정리했던 관계가 생각나서 마음이 좀 찔끔했다.
생각보다 길어졌던 대기 시간
내가 들어갔을 때는 운 좋게 바로 자리가 났는데, 상담 중간에 밖을 보니 대기하는 사람들이 벌써 두세 명 정도 늘어나 있었다. 원래는 20분 정도만 가볍게 듣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다 보니 어느새 40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가 좀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작 상담사분은 전혀 그런 기색 없이 내 이야기를 계속 듣고만 계셨다. 이런 경험이 참 미묘한 게, 분명 돈을 내고 시간을 사는 건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가 더 에너지를 쏟고 있는 기분이 든달까.
왜 항상 결론은 애매한지
사주라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허무한 게, 결국 좋은 말을 들어도 나중에 기억나는 건 찝찝한 말들뿐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올해 하반기에는 이동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식의 말들. 이게 이사를 가라는 건지, 아니면 회사를 옮기라는 건지 구체적인 답은 항상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잠실역을 지나면서 계속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음에는 차라리 전화 타로 상담을 받아볼까 싶기도 하다가, 또 막상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맛이 있어서 고민이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찝찝함
사실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왜 내가 굳이 모르는 사람한테 내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으려고 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조금 들었다. 상담 결과가 좋았다면 모를까, 딱히 나아진 건 없고 그냥 궁금한 것만 더 많아진 기분이다. 일산 일월당이나 다른 유명한 곳들도 다들 비슷하겠지.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힘들 때면 이런 데라도 찾아서 기대고 싶은가 보다. 오늘 들었던 말들 중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습했던 그날의 공기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다음번엔 정말 안 가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답답한 일이 생기면 또 사주 어플을 켜거나 포털에 검색해보는 내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사주 상담할 때 성년월일이 정확히 몰라서 대충 말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공간이 좁아서 상담사분도 답답했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본적 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습한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경험이라 공감되네요.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이동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처럼 모호하게 끝나면 더 답답하죠.
습한 날씨에 지쳐서 들어갔던 곳이 생각나네요. 상담사님도 습한 공기처럼 어수선하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