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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복채를 들고 인천 구월동 골목길에 있던 점집을 찾아갔던 날

아침마다 메일함으로 날아오던 별자리 운세를 유심히 읽기 시작한 이유

유난히 일도 안 풀리고 사람 관계도 삐걱거리던 지난 가을이었다. 원래는 매일 아침 포털 사이트에 뜨는 오늘 하루 일기 예보 같은 것도 대충 넘기던 나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내 별자리인 전갈자리운세를 먼저 검색해 보는 게 아침 일과가 되어 버렸다. 이달의운세 같은 걸 검색창에 쳐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참 낯설었다. 별자리 결과에 ‘귀인을 만나 고민이 해결된다’라거나 ‘이동수가 있으니 조심하라’ 같은 뻔한 말이 적혀 있으면, 혼자 머릿속으로 ‘오늘 회사에서 부장님이 나한테 한 소리 하려나?’ 하며 온갖 상황을 대입해 보곤 했다. 그 당시에는 뭐라도 붙잡고 의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루하루가 불안하니까 그런 사소한 글귀 하나에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날삼재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다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 생각들

그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날삼재’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다. 삼재의 마지막 해라 더 조심해야 한다는 둥, 오히려 이때 액땜을 크게 한다는 둥 사람들마다 하는 말이 다 달랐다. 나도 모르게 내 나이와 띠를 대조해 보며 진짜 내가 삼재라서 요즘 이렇게 하는 일마다 꼬이나 싶어 깊은 생각에 빠졌다. 명리학사주 관련 글을 뒤적거리다 보니 내 사주에 편재라는 글자가 있어서 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기복이 심하다는 설명도 보였다. 무료궁합보기 사이트에 전 애인의 생년월일까지 넣어가며 사주재회운 같은 걸 눌러보던 밤도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풀이들은 대개 비슷비슷한 템플릿이라 읽고 나면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기만 했다. 나중에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최면술로 전생을 보면 왜 지금 내가 이러는지 알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마음이 붕 떠 있었다.

인천 구월동의 주택가 골목길에 있는 점집을 예약하고 찾아간 날

결국 모바일 화면만 들여다보는 걸로는 갈증이 안 풀려 직접 누군가를 만나 운세상담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원래는 친구가 용하다고 말해준 부산무당을 찾아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서울에서 가는 KTX 값에 왕복 시간까지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운 곳 위주로 알아보다가 인천 구월동 예술회관역 6번 출구 근처 주택가 골목에 있다는 청명원이라는 구월동점집 한 곳을 예약했다. 주택가 안쪽 깊숙이 있어서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면서도 여기가 맞나 몇 번을 헤맸다. 대기 시간은 예약 당시 2주 정도 걸린다고 해서 겨우 비어 있는 주말 오후 시간으로 잡아두었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앞 팀의 상담이 길어지는 바람에 좁고 어두컴컴한 대기실에서 혼자 40분 넘게 대기해야 했다. 은은하게 풍기는 향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약간 띵했던 기억이 난다.

복채 오만 원을 봉투에 담아 건네며 들었던 사주와 재회운 이야기

마침내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붉고 푸른 천이 걸려 있는 신당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복채는 현금 오만 원을 미리 봉투에 담아 준비해 갔는데, 테이블 한쪽에 올려두니 그제야 상담이 시작되었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말하자 방울을 흔들며 몇 마디를 툭툭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요즘 직장 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연애 문제도 꼬여서 밤잠을 설친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그 나이대 사람들이 점집을 찾을 때 겪는 고민이 뻔해서 맞춘 건가 싶으면서도,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움찔하기도 했다. 특히 헤어진 사람과의 사주재회운을 물었을 때는 올해는 인연이 없으니 깨끗이 잊으라는 다소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위로를 기대하고 갔던 것치고는 대답이 너무 칼 같아서 속이 시원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슴 한구석이 체한 것처럼 답답해졌다.

모바일 앱으로 보는 타로카드와 직접 무당을 마주하는 것의 미묘한 온도 차

예전에 재미 삼아 스마트폰에 9,900원을 결제하고 보았던 사주 어플의 인공지능 분석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현장에서 느끼는 기운은 달랐다. 어플은 그냥 정해진 사주 텍스트를 정제된 말투로 보여주지만, 여기서는 내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면서 말의 수위를 조절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삼십 분 남짓한 상담을 끝내고 골목길을 걸어 나오면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내가 대체 뭘 들으려고 그 돈과 시간을 썼나 싶은 허탈함이 몰려왔다. 결국 내 마음의 문제를 남의 입을 통해 확인받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오만 원이라는 돈이 갑자기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플로 보던 무료 사주나 여기서 들은 이야기나 본질적인 조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조심하라는 뻔한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 같았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과 아침의 습관적인 화면 넘기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삼재니 편재니 하는 복잡한 명리학 용어들을 머릿속으로 굴려봤자 내일 아침 출근길에 마주해야 할 피곤한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 뒤로 한동안은 점집이나 타로 카드 같은 곳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주나 운세를 아예 끊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전갈자리운세를 검색해서 오늘 하루 조심해야 할 것들을 슥 훑어본다. 특별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오늘 하루 일어날 나쁜 일들에 대해 미리 마음의 예방주사를 놓는 나만의 이상한 버릇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직도 내 사주가 정말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앞으로 또 힘든 일이 생기면 또다시 귀가 얇아져 어딘가를 기웃거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답답한 마음에 복채를 들고 인천 구월동 골목길에 있던 점집을 찾아갔던 날”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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