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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간 점집에서 들은 말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계획에 없던 전화 사주를 보게 된 이유

사실 평소에 사주를 그렇게 맹신하는 편은 아니다. 그냥 가끔 운세 앱 알람이 오면 심심풀이로 읽어보는 정도인데, 얼마 전부터 일이 계속 꼬이는 게 기분 탓인지 아니면 정말 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최근에 회사 프로젝트 마감도 겹치고, 인간관계에서도 묘하게 삐걱거리는 느낌이 드니까 마음이 좀 불안했나 보다. 그러다 밤늦게 퇴근해서 맥주 한 캔을 따놓고 무심코 인터넷 창을 열었다가 전화 사주를 보는 곳들을 훑게 되었다. 세종시 쪽 점집이 유명하다는 말은 전부터 들었는데 굳이 찾아갈 시간은 안 되고, 그냥 비대면으로 편하게 상담이나 받아보자는 마음이 컸다.

30분 상담에 5만 원, 과연 적절했을까

전화로 연결된 상담사분은 목소리가 꽤 차분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이게 정말 상담이 될까’ 싶었다. 가격은 30분에 5만 원 정도였는데, 막상 통화가 시작되니까 30분이 생각보다 엄청 짧게 느껴지더라. 내가 태어난 시를 부르고 생년월일을 말하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상담사분이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대답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최근에 겪었던 불편한 일들을 줄줄이 털어놓게 되었다. 솔직히 상담이라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을 어디라도 쏟아내고 싶어서 전화를 건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내 속사정을 다 이야기해버린 게 아닌가 싶어 살짝 후회도 됐다.

삼재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찜찜함

상담 중에 올해 삼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삼재가 무슨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거라지만 막상 전문가라는 사람 입에서 나오니까 느낌이 좀 다르더라. 특히나 지금 내 상황이랑 교묘하게 맞물리는 지점들이 있어서 소름이 돋기도 했다. ‘연장자나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하라’는 식의 말도 하셨는데, 지금 회사에서 내 직속 사수랑 사이가 안 좋은 걸 어떻게 알고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물론 뻔한 레퍼토리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 말이 꽤 크게 다가왔다.

하버드 운운하던 뉴스를 보며 든 생각

다음 날인가, 인터넷 뉴스에서 유명 연예인이 아이 사주를 보고 ‘하버드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걸 보는데 왠지 실소가 나왔다. 나도 사주를 보면서 내 미래가 엄청나게 밝아질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렇게 비현실적인 희망 고문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 상담사분이 나한테 ‘지금은 참고 인내하는 시기’라고 말했는데, 사실 이게 제일 무책임하면서도 제일 듣기 편한 말인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그냥 기다리라는 건데, 좋게 말하면 나중엔 다 풀린다는 뜻이니까.

통화가 끝난 뒤에도 남은 찝찝함

상담을 마치고 나서 휴대폰을 내려놓는데, 방 안이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다. 뭔가 속 시원한 해답을 찾을 줄 알았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해결된 건 하나도 없고 그냥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만 더 커졌다. 5만 원이라는 돈을 썼지만, 정말 내 미래에 대해 확신을 얻은 건지 아니면 단순히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것에 만족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사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이런 거 말고 그냥 책이나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려야지 싶다가도, 내일 또 불안한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다시 검색창을 열 것만 같다. 이게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부정적인 말은 금방 잊으려 노력하면서도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말이 섞여 있으면 자꾸만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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