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신점의 압박감을 피해 전화 사주를 선택했던 이유
회사 일도 안 풀리고 연애도 삐걱거리던 작년 늦가을 즈음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서 잠도 안 오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주변 친구들한테 매번 징징대기도 눈치 보였다. 원래 성격상 점이나 사주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무료사주 사이트들이 많이 나오길래 몇 번 재미 삼아 넣어봤다. 하지만 이름이랑 생년월일만 쳐서 나오는 기계적인 텍스트들은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유튜브에서 유명하다는 무당집이나 신점 잘하는 곳을 예약해서 직접 가자니, 그 특유의 깃발 꽂혀 있고 향 냄새 나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혼자 가기엔 좀 으스스하기도 하고, 복채도 꽤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망설여졌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방 안에서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는 전화사주 쪽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직접 대면하지 않으니 내 표정을 숨길 수도 있고,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면 그만이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홍카페 앱 결제와 인기 상담사 대기 시간의 지루함
포털 사이트에 전화사주잘보는곳을 검색해 보다가 광고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팠다. 그러다 사람들이 커뮤니티에서 종종 언급하던 홍카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어플을 다운받고 들어가 보니 수많은 상담사 목록이 떴다.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와서 후기 개수가 많고 별점이 높은 사람 위주로 필터를 걸었다. 인기 있는 상담사들은 다들 상담 중 불이 켜져 있거나 대기 상태였다. 나도 모르게 오기가 생겨서 그중에서도 후기가 꽤나 날카롭다는 한 상담사에게 상담 신청을 눌렀다. 앞에 대기자가 두 명이나 있어서 화면을 켜둔 채로 40분 정도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힐끔거리며 유튜브를 보다가 대기 순서가 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선불로 코인을 충전해야 전화를 걸 수 있는 시스템이라, 우선 가장 무난해 보이는 30분 통화 기준 3만 원을 결제했다. 카드를 등록하고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하는 현타가 살짝 왔지만, 이미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그냥 진행했다.
생년월일시를 부르고 시작된 20분간의 애매한 대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의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어보시더니,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아마 만세력 프로그램을 켜서 내 사주팔자를 입력하는 모양이었다. 약 1분간의 정적 끝에 나온 첫마디는 “올해 참 힘들었겠네”였다. 사실 이 시기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당시에 멘탈이 많이 흔들리던 상태라 그 뻔한 한마디에 마음이 살짝 쿵 내려앉았다. 상담사는 내 성격이 불같아서 직장에서 마찰이 잦을 것이며, 올해는 이동수가 있으니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직장에서 화를 거의 안 내고 꾹 참는 편이라 그 부분은 맞지 않았다. 연애사주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상대방의 생년월일을 부르기도 전에 “남자가 속을 썩이네”라는 둥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질문을 던지면 명쾌한 답 대신 “본인이 마음을 비워야지” 같은 뻔한 조언으로 흘러가서 20분이 지나갈 때쯤엔 대화가 겉돌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성격이 급해서 손해를 많이 본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요새 현대인 중에 성격 안 급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싶어 속으로 코방귀가 나왔다. 사주풀이라는 게 결국 누구나 겪을 법한 보편적인 일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언어유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꼬리를 물었다.
미아사거리 무당집과 비교했을 때 느껴진 비대면 상담의 한계
예전에 친구를 따라 미아사거리 근처에 있는 골목 안쪽 무당집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그 무당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가 묻지도 않은 집안 사정을 툭 뱉어서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다. 그런 오프라인 신점의 강렬한 경험과 비교해 보니, 온라인사주나 전화 통화는 확실히 한계가 명확했다. 내 눈빛이나 목소리 톤에서 흘러나오는 단서들만 가지고 대답을 짜맞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통화 도중에 집 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음이나 개 짖는 소리가 흘러들어와 흐름이 끊기기도 했고, 상담사도 내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나중에는 비슷한 말을 계속 반복했다. 직장에 계속 다녀야 할지, 아니면 이직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년 봄이 되면 기운이 바뀌니 그때 다시 생각해보라”는 식의 시간 끌기용 답변뿐이었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있으면 상대방의 표정이나 눈빛, 손짓 하나에서도 느껴지는 기운이 있다. 미아사거리 골목의 무당집에서는 좁은 방 안에 감도는 특유의 긴장감 때문에 대화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핸드폰 스피커폰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중간에 침묵이 흐를 때마다 통화 요금이 실시간으로 깎여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복채 3만 원을 쓰고 나서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결국 약속된 30분 중 5분 정도를 남겨두고 내가 먼저 대화를 대충 마무리하며 전화를 끊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25분의 통화 기록과 충전 금액이 차감된 내역을 보니 묘한 허탈감이 밀려왔다. 통화하기 전보다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고, 내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들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3만 원이라는 돈이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밥을 먹거나 책을 한 권 샀더라면 덜 아까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운세니 사주니 하는 것들은 내가 흔들릴 때 남의 입을 빌려 위안을 얻고 싶었던 나약함의 방증이었을지도 모른다. 전화 사주 어플을 지울까 하다가도, 나중에 또다시 힘든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다른 용한점집을 검색하고 있을 것 같아서 그냥 폴더 구석에 밀어 넣어 두었다. 내 사주는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변하는 것일 텐데, 왜 매번 타인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며 돈을 쓰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전화로 사주 보는 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제 경험도 비슷한데, 뭔가 답을 찾으려다 더 막막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