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근처 골목에서 갑자기 마주친 타로 천막
지난주 금요일인가, 대학로 쪽에서 연극을 보고 나오는데 혜화역 근처 골목에 타로 천막이 서너 개 모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됐다. 사실 사주나 타로를 맹신하는 편은 아닌데, 그날따라 날씨도 좀 꿉꿉하고 고민거리가 하나 있어서 그랬는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예전에 대구 여행 갔을 때 길거리 타로를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봤지만 이번엔 좀 마음이 복잡했다. 15분 정도 기다렸나, 내 앞 타로마스터님은 다른 손님한테 꽤 진지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뭐라고 해야 할까, 상담사 같기도 하고 그냥 동네 이웃 같기도 했다.
카드 78장을 매일 들여다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집에 와서 예전에 샀던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 카드를 꺼내봤다. 예전에 타로 책을 보면서 공부 좀 해보겠다고 샀던 건데, 솔직히 그림만 봐서는 해석이 도통 안 된다. 78장의 카드가 다 각자의 의미가 있다고들 하는데, 책에 적힌 뜻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현실의 내 상황을 대입하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인간관계 문제는 카드를 뽑을 때마다 해석이 내 마음대로 바뀌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매일 데일리 카드를 뽑으면서 하루 운세를 점친다는데, 나는 카드를 펼칠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심 기대를 하게 되니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카드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데, 정작 그 카드를 읽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찝찝했다.
카드 해석보다 더 피곤한 내 마음의 상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타로마스터들이 수비학을 적용해서 풀이하는 법을 봤다. 카드의 숫자들을 다 더해서 인생의 흐름을 본다는데, 이게 사칙연산처럼 보이다가도 막상 내 상황에 대입하면 전혀 다른 우주가 펼쳐지는 것 같다. 한 번은 이별 후 재회 운이 궁금해서 온라인 타로 사이트도 뒤져봤다. 비용은 대략 1만 원에서 3만 원 사이로 생각보다 다양했는데, 결국은 누가 내 마음을 좀 긁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 시험관 시술이나 결혼운처럼 정말 간절한 문제로 타로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냥 재미 삼아 보는 거랑 진짜 불안해서 보는 거랑은 카드를 뽑는 손길부터 다르지 않을까 싶다.
혜화역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지금의 나
사실 그날 혜화역 골목에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다. ‘너는 자꾸 답을 찾으려고 카드를 보는데, 사실 카드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네가 이미 알고 있는 답을 확인시켜 주는 것뿐이다’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철학적인 소리인가 싶었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카드가 ‘안 된다’고 나오면 왠지 더 열심히 해보고 싶고, ‘된다’고 나오면 왠지 나태해지는 게 사람 마음인가 보다. 타로를 보러 갈 때마다 15분, 20분 짧은 시간에 내 인생을 다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도 이제는 좀 지친다.
결국은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들만 남았다
이제는 책장에 꽂힌 타로 카드를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싱잉볼 명상이나 컬러 타로 같은 것도 요즘 유행이라던데, 그런 걸 다 해본다고 해서 내 고민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오늘도 카드를 한 장 뽑아볼까 하다가 그냥 서랍에 넣어두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질 텐데, 굳이 카드의 그림 몇 장에 내 하루를 맡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도 마음이 너무 답답한 날엔 또다시 천막을 기웃거릴지도 모르겠다. 타로가 진짜 미래를 예언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불안함을 잠시 덮어두는 임시방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 평생 알 수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78장의 카드, 각자만의 이야기가 담긴 것처럼 제 마음속에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요.
카드를 보는 방식이 답을 찾는 것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카드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과정 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