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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빠지기 시작하니까 멈추기가 쉽지 않네요

불안한 마음이 사주로 이어지는 과정

솔직히 고백하자면, 최근 몇 달 동안 사주나 점집을 기웃거리는 횟수가 너무 잦아졌어요.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친구들이랑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인천 어디쯤 있는 용하다는 점집이라고 해서 예약을 잡았는데, 예약금만 5만 원을 미리 보내야 했죠. 전화로 사주를 풀이해주는 방식이었는데, 막상 상담을 시작하니 내 직업운이랑 연애운을 하나하나 짚어주시더라고요. 처음엔 ‘어, 이거 좀 맞네?’ 싶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게 함정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란 게 참 이상해서, 듣기 좋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고 나쁜 말을 들으면 그걸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또 다른 곳을 찾게 되거든요.

조말례 사건을 보며 느낀 묘한 기분

최근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본 조말례라는 무당 사기 사건을 보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졌어요. 미국에 살면서 고위층 사주만 본다는 그 신비한 인물을 내세워서 수십억을 횡령했다는 내용이었죠. 그 이야기를 보는데 남 일 같지가 않은 거예요. 나도 지난달에 지인이 소개해 준 어떤 법사님한테 상담을 받았는데, 그분이 저보고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재물운’이 들어와 있다고 했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내가 지금 이 사람 말을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믿고 싶어 하는 건지 구분조차 안 가기 시작했어요.

비용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순간

점사 비용도 참 애매해요. 한 번에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는 기본이고, 조금 더 깊게 상담하려면 굿이나 부적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이번에 상담받으면서도 ‘이 기운을 닦아내지 않으면 흐름이 막힌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30만 원짜리 부적을 권하시더라고요. 결국 하지는 않았지만, 거절하고 나오는 길에 마음이 어찌나 불편하던지. 이게 다 내 팔자 때문인가 싶어서 며칠 밤을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돈은 돈대로 나가고, 정작 불안함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는 기분이에요.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나의 모습

가장 한심했던 건 같은 질문을 여러 곳에 가서 똑같이 물어보고 있다는 점이에요. 직업을 옮기는 게 맞을지,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결혼해도 괜찮을지. 똑같은 사주를 가지고도 무당마다 하는 말이 다 다르니까요. A 점집에서는 당장 관두라고 하고, B 점집에서는 조금만 더 버티면 대운이 온다고 하니 제가 뭘 어쩌겠어요. 결국 판단은 제가 하는 건데, 자꾸 외부의 목소리에 기대어 정답을 찾으려는 것 같아요. 지금은 상담받은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결정 내린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는 거리를 두어야 할 시간

어제도 밤에 잠이 안 와서 또 다른 전화 신점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멈췄어요. 이제는 정말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미래를 미리 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딱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예언이라는 것들이 내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명리학 책을 좀 사서 스스로 공부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또 다른 중독이 될까 봐 선뜻 손이 안 가요. 그냥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가 뭐라든 내 길을 가보려고 애쓰는 중인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네요. 다음에는 정말 안 봐야지 다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불안한 건 여전하네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니까 멈추기가 쉽지 않네요”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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