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에서 돌아온 어머니의 표정
주말에 본가에 들렀다가 어머니가 며칠 전 동네에서 꽤 용하다는 곳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별생각 없이 듣다가 여자친구 이름이 나오길래 귀가 번쩍 뜨였다. 요즘 결혼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주를 보러 가신 모양인데, 결과가 꽤 충격적이었나 보다. 어머니는 평소에 점을 맹신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궁합이 좋지 않다’는 한마디를 시작으로, 결혼하면 고생길이 열린다는 둥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듣고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웃어넘기려고 했다. 우리끼리 잘 지내고 있고, 성격 차이가 좀 있긴 해도 서로 맞춰가는 중이니까.
20만 원의 상담료와 알 수 없는 불안감
결국 나도 궁금해서 어머니가 다녀왔다는 곳의 정보를 물어물어 확인해 봤다. 상담료만 20만 원이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사주를 많이 본다던데, 거기서 10분에 3만 원짜리 상담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이었다. 전화를 직접 해볼까 하다가도, 막상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려니 손이 떨렸다. 내가 만약 ‘단명운’이라거나 ‘이혼수’ 같은 무서운 단어를 직접 듣게 된다면 정말로 여자친구를 보는 눈빛이 달라질까 봐 무서웠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 안 좋은 결과에 내 행동을 끼워 맞추게 된다.
성격 차이가 사주 탓으로 보이는 마법
며칠 전 여자친구와 저녁을 먹다가 평소처럼 사소한 걸로 말다툼을 했다. 원래 같으면 금방 풀었을 일인데, 문득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둘이 맞지 않는다’는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평소라면 ‘우리가 요즘 예민해서 그래’라고 생각했을 문제를 ‘사주가 안 맞아서 그런가’라고 해석하게 되는 거다. 이런 상황이 스스로도 너무 짜증 났다. 한편으로는 왜 사람들이 사주 사이트를 기웃거리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나도 결국 참지 못하고 다른 유명하다는 사주 사이트에 접속해서 생년월일시를 넣고 결과를 봤다. 거기는 5만 원 정도였는데, 앞선 곳과는 또 다른 애매모호한 해석을 내놓았다. ‘서로 보완해주는 기운이 있다’는 말과 ‘결정적인 순간에 의견이 충돌한다’는 말이 동시에 적혀 있었다.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는 말들뿐이었다.
제갈량을 모신다는 곳까지 찾아봤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어떤 무속인이 연예인 궁합을 봐주는 영상을 봤다. 조회수가 200만 회가 넘길래 홀린 듯이 봤다. 정경호랑 최수영 이야기를 하던데, 사실 남의 연애사가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다가도 그 무속인이 말하는 논리가 꽤 그럴싸해서 넋을 놓고 봤다. ‘부부의 연은 보이지 않는다’는 단호한 말이 어찌나 가슴에 꽂히던지. 내가 지금 이런 걸 보면서 위안을 얻고 싶어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참했다. 사랑하는데 왜 이런 불확실한 정보들에 휘둘려야 하는 걸까. 어제는 호지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우유와 궁합이 좋다는 그 차를 마시면서도 ‘차는 궁합이 좋은데 왜 사람은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만 했다.
해결되지 않는 찜찜함
결국 사주라는 건 사람이 살면서 겪는 불안함을 달래주는 용도인 건지, 아니면 더 큰 불안을 심어주는 도구인 건지 잘 모르겠다. 여자친구는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그냥 우리끼리 잘 살면 된다고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찜찜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결혼 준비를 하다가 크게 싸우기라도 하면, 그때는 정말 이 사주 탓을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기려고 하지만, 문득문득 그때 들었던 ‘이혼할 수 있다’는 말이 환청처럼 들릴 때가 있다. 이게 정말 사주 문제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비겁해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걸까.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사주 잘 보는 곳을 검색하게 되는 내 손가락이 밉다.

결과 해석 때문에 계속 생각에 잠겨있네요. 특히 ‘서로 보완해주는 기운’이라는 문장이 좀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호지차 마시면서 그런 생각 하는 거, 정말 공감돼요. 왠지 혼자만의 시간, 이렇게 차 마시면서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생년월일시 입력하는 과정에서 어떤 해석이 나올까 궁금해서 봤는데, 그 애매함이 오히려 더 답답했네요.
사주 보는 게 이렇게 불안감을 유발하는지 처음 알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단어 들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