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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에 홀린 듯 결제해버린 고민 상담 전화

갑작스러운 불면과 스마트폰의 알고리즘

며칠 전 새벽 두 시쯤이었나. 잠이 도통 오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오늘의 띠별 운세니 사주니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사실 평소의 나 같으면 이런 거 보느니 차라리 책을 읽거나 밀린 예능이라도 봤을 텐데, 그날따라 마음이 좀 복잡했던 것 같다. 쥐띠인 내 운세가 요즘 계속 별로라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화면 속엔 ‘임신운’, ‘재회운’, ‘평생운세’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무료 토정비결이라고 해서 눌러보면 결국 마지막엔 몇만 원씩 결제해야 자세한 풀이가 나오는 그런 페이지들 있잖나. 예전에는 이런 거 보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며 코웃음 쳤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홀린 듯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5분에 2만 원이라는 기묘한 가격표

처음에는 5분 상담에 2만 원 정도 하는 저렴한 서비스를 골랐다. 사실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도 감이 안 왔다. 전화 연결 버튼을 누르는데 손이 좀 떨리더라.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건지. 전화를 받으신 분은 목소리 톤이 아주 차분한 남자 무당이었다. 이름궁합이나 부부 심리 상담 같은 걸 전문으로 하신다고 써 있었는데, 막상 통화가 연결되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냥 ‘아기가 언제쯤 찾아올까요’ 같은 걸 물어보려다가, 막상 입 밖으로 내뱉으려니 너무 사적인 거 같아서 주춤거렸다. 5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았다. 내가 상황을 설명하려고 더듬거리는 사이에 이미 3분이 지나가 버렸다. 결국 나는 내 쥐띠 운세가 올해 정말 안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기분 탓인지를 물어보는 시시한 질문으로 시간을 다 써버렸다.

대답보다 질문이 더 많았던 상담 시간

그분은 내 고민을 들어주기보다는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평소에 남편이랑 대화는 얼마나 하냐”, “집안에 물건 배치는 어떻게 되어 있냐” 같은 것들이었다. 상담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싶었다. 오히려 내가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이 되어버린 기분. 그분은 대단한 비책을 알려주기보다는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게 중요하다”는 뻔한 소리를 하셨는데, 그게 또 그 새벽엔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 근데 전화를 끊고 나니 2만 원을 쓴 게 맞는 건가 싶어서 잠시 허탈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물고기자리 운세니 뭐니 하는 것들까지 찾아보면서 하루 종일 찝찝했던 마음이 전화 한 통으로 씻은 듯이 나아졌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찜찜함과 일상의 무게

상담이 끝나고 나니 새벽 세 시가 훌쩍 넘어가 있었다. 결국 난 다시 잠들지 못하고 거실로 나와 물 한 잔을 마셨다. 창밖을 보는데 문득 내가 왜 이런 걸 찾고 있었나 싶더라. 사실 고민이라는 게 사주 몇 마디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내 삶의 무게를 누군가 대신 짊어질 수도 없는데 말이다. 이름풀이나 사주팔자 같은 게 인생의 정답지라고 믿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기댈 곳을 찾고 싶어지는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안다. 상담 전화를 한다고 해서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세상이 갑자기 바뀌어 있지는 않다는 걸. 그냥 그런 밤이 있었고, 그런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내가 있었을 뿐이다. 다음에도 또 이런 새벽이 찾아오면, 그때는 전화를 걸지 않고 그냥 따뜻한 차나 한 잔 마시고 말아야지 싶다. 물론 또 잠이 안 오면 장담할 순 없지만.

“새벽 두 시에 홀린 듯 결제해버린 고민 상담 전화”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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