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나서 매일 아침 휴대폰으로 띠별 운세를 검색하던 불면증의 시기
헤어지고 나면 참 사람이 구질구질하고 찌질해진다. 평소에는 길거리 타로 텐트조차 미신이라며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스마트폰을 붙잡고 ‘오늘의 운세’를 검색하는 신세가 되었다. 네이버 모바일 창에 ‘연애운’이나 ‘띠별궁합’ 같은 단어들을 주기적으로 쳐넣으며 오늘 하루 내 운의 흐름이 좋은지 나쁜지부터 훑어보는 게 불면증에 걸린 내 일상이었다. “2001년생은 연애운이 살아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구절이나, 띠별 운세에서 “편안한 대화가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뻔한 문장들을 마주할 때마다 혼자서 그 애의 속마음은 어떨까 멋대로 짐작해 보곤 했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보는 천 원짜리 모바일 운세 앱 ‘점신’의 띠별 궁합이나 연애 타로는 매번 비슷비슷하게 좋은 말만 해줘서 그런지 볼 때는 위안이 되다가도 화면을 끄면 이내 다시 불안해졌다. “오해가 생기기 쉬우니 대화할 때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상투적인 경고들을 읽다가, 결국 조금 더 날것의 이야기,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얻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헤어진 지 세 달째 되던 날, 나는 인터넷 사주 카페와 블로그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용하다는 점집의 후기를 찾아보고 있었다. 단순히 내 생년월일 사주를 풀이하는 걸 넘어서, 걔와 나의 진짜 속궁합사주나 앞으로의 재회가능성에 대해 누군가 칼로 자르듯 딱 부러지게 말해줬으면 하는 답답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3주를 기다려 찾아간 홍대 경의선 책거리 근처의 신당 문을 열었을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이른바 MZ무당으로 불리는 젊은 남자무당이 운영하는 신당을 예약했다. 위치는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경의선 책거리 뒤편 골목으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낡은 빌라 2층이었다. 대기 예약만 거의 3주를 기다려야 했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도 내 마음은 하루에 열두 번씩 바뀌었다. 취소할까 싶다가도 밤만 되면 다시 생각이 나서 예약을 붙들고 있었다.
복채는 1회 상담에 현금으로 8만 원이었다. 요즘은 신당에서도 카카오페이 계좌이체로 복채를 받는다길래 예약금을 미리 보내고 당일에 방문했다. 보통 무당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시끄러운 방울 소리나 붉고 푸른 깃발, 무서운 신장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평범하고 깔끔한 오피스텔 방 한구석에 작은 제단을 마련해 두고 향을 피워둔 수준이라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상담 시간은 정확히 40분으로 정해져 있었고, 문 너머로 다음 시간 예약자가 서성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서 약간 긴장되기도 했다. 방바닥에 마주 앉았을 때, 내 앞에 앉은 젊은 남자무당은 굳이 요란한 의식을 치르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 눈빛이 조금 무거워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바닥으로 깔았다.
남자 무당이 던진 첫마디와 애매하게 맞아떨어지던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들
무당은 내 이름과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을 물어보더니 낡은 한문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사주 명식을 기본으로 보면서 신점을 섞어서 풀어내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가 공책에서 눈을 떼고 처음으로 던진 말은 내 전 애인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다. “그 친구가 겉으로는 유해 보여도 고집이 장난이 아니네. 본인 자존심 때문에 먼저 연락할 위인은 못 돼. 그런데 지금 속마음은 너만큼이나 복잡하고 미련이 아주 끈질기게 남아 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띵해졌다. 사실 헤어진 연인들 중에서 미련이 아예 없거나 자존심이 안 센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 순간의 나에게는 그 한마디가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대단한 신탁처럼 들렸다. 하지만 정작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구체적인 재회가능성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두루뭉술했다. “올해 가을이 오기 전까지 대운의 흐름이 한 번 출렁이는데, 그때 연락이 닿으면 잠깐 다시 만날 수는 있어. 그런데 오래 못 가. 둘 다 성격이 불 같아서 띠별궁합상으로도 계속 부딪히는 구석이 많거든.” 결국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지, 만나지 말라는 건지 헷갈리는 모호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3주라는 대기 시간과 복채에 대해 조금씩 아까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주 대운이 바뀐다는 말보다 귀에 들어왔던 속궁합과 재회 가능성의 한계
질문은 자연스럽게 사주대운과 속궁합사주 쪽으로 흘러갔다. 무당은 내가 서른이 넘어가면서 사주대운의 큰 흐름이 바뀌는 시기라, 지금 겪고 있는 연애 문제나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는 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지금의 고민이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근데 너희 둘이 속궁합은 진짜 잘 맞았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이라 서로 쉽게 못 놓는 거야”라는 말을 불쑥 던졌다.
그 말을 듣자마자 좁은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덥게 느껴졌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속궁합이라는 게 연인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낯선 사람 앞에서 그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부분까지 사주 명식으로 까발려지는 느낌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연애운을 좀 더 명쾌하게 풀어보려다가 되려 마음이 더 복잡하고 찝찝해진 기분이었다. 기왕 돈을 내고 물어보는 김에 재미 삼아 로또운이나 횡재수가 있냐고 넌지시 물어봤는데, “쓸데없는 요행 바라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업이나 똑바로 하라”는 뼈 때리는 훈계만 돌아왔다. 굳이 점집까지 와서 8만 원이나 주고 부모님한테 매일 듣는 잔소리를 곱씹어야 하나 싶어 씁쓸한 헛웃음이 나왔다.
복채 8만원을 내고 계단을 내려오며 느꼈던 알 수 없는 찝찝함과 남은 의문들
정해진 40분의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무당은 뜬금없이 나에게 올해 이사 계획이 있냐고 묻더니 이사를 갈 거라면 꼭 손없는날을 골라서 가라는 둥 연애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상적인 조언들을 늘어놓았다. 나는 오로지 그 애가 언제쯤 나를 그리워할지, 그리고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그 한 가지 답만을 갈망하며 왔는데, 대화는 자꾸만 겉돌고 흩어졌다. 결국 마무리는 “본인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뻔한 이야기로 끝이 났고, 나는 시간에 밀리듯 서둘러 짐을 챙겨 계단을 내려왔다.
지갑 속에서 날아간 8만 원의 지출과 3주간의 조바심을 생각하면 허무함이 밀려왔다. 홍대입구역 근처의 북적이는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가며 기분이 묘하게 무거웠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보는 띠별 운세와 비싼 돈을 내고 직접 찾아간 신당의 경험 모두, 결국 내 안에 자리 잡은 미련과 불안을 완전히 씻어내 주지 못했다. 사주니 신점이니 하는 것들은 어쩌면 답을 구하기보다 그저 누군가에게 내 답답한 속을 털어놓고 싶었던 내 외로움의 방증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다시 버릇처럼 스마트폰을 켜고 그 애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연애운이 좋아진다는 가을은 아직 멀었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당님 말씀처럼, 제 개인적으로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복잡한 감정 때문에 상황이 더 불투명해지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