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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바꾸고 싶어서 일산까지 다녀왔는데

어릴 때부터 내 이름이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냥 흔한 이름도 아니고, 뭐랄까 발음할 때마다 입안이 꼬이는 느낌이랄까. 주변 친구들은 다들 예쁜 이름으로 개명도 하고 그러는데, 나만 옛날식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게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일산에 있는 점집에 다녀왔다. 친구가 예전에 여기서 사주를 보고 나서 일이 잘 풀렸다고 하도 성화를 부려서, 속는 셈 치고 가본 거다.

일산까지 굳이 찾아가게 된 이유

사실 수원타로나 안양 쪽 사주도 알아봤는데, 왠지 멀리 나가야 더 제대로 된 답을 들을 것 같은 이상한 고집이 생겼다. 고양시 쪽이 작명으로 유명한 곳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일산점집 하나를 예약했다. 예약금으로 5만 원을 미리 보냈는데, 요즘은 점집도 온라인 예약이 필수인가 싶어 조금 낯설었다. 사실 사주를 보러 간다기보다, 내 이름이 내 사주랑 얼마나 안 맞길래 이렇게 사는 게 답답한지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서 마주한 도사님

도착해서 한 시간 정도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좁은 공간에 향 냄새가 섞여서 머리가 좀 아팠다. 내 앞 타임에 온 분은 남편이랑 같이 와서 이름궁합 테스트 같은 걸 보던데, 옆에서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려서 좀 민망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도사님이 내 생년월일을 듣자마자 무표정으로 턱을 괴셨다. 내가 1996년생인데, 태어난 시간이 오전 8시 41분이라고 말하니 종이에 뭐라고 막 적으셨다. 획수음양 어쩌고 하던데 사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냥 내 이름이 불균형하다는 소리만 한참을 들었다.

사주와 이름 사이의 미묘한 괴리

도사님 말씀이 내 사주는 물이 많은데 이름은 너무 메마른 글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이 급하고 결과물이 생각보다 잘 안 나오는 거라고. 이게 정말 맞는 말인가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는데, 막상 듣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작명소에서 새로 이름을 받아오는 건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한다고 하더라. 당장 결제는 안 하고 명함만 받아왔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정말 이름 몇 자 바꾼다고 내 팔자가 바뀌긴 하는 걸까.

집으로 돌아와 검색만 반복하는 중

집에 와서 인터넷에 ‘이름궁합 테스트’ 같은 걸 이것저것 해봤다.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 이런 것도 눌러보고. 근데 할수록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내 이름이 아주 길하다고 나오고, 어떤 곳에서는 흉하다고 나온다. 기준이 다 다르니까 결국 나만 더 피곤해지는 거다. 일산까지 다녀온 기름값도 아깝고, 예약금 5만 원도 사실 좀 아쉽다.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닌지, 아니면 그냥 이게 내 운명인가 싶기도 하고.

당장 결정을 내리기엔 여전히 막막함

사실 개명을 하려면 서류도 복잡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설명하는 것도 일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는 게 단순히 예쁜 한자를 골라 붙이는 게 아니라, 내 성이랑 조화가 맞아야 한다니 더 어렵게 느껴진다. 어제는 새벽 2시까지 작명 관련 블로그들을 뒤지다가 결국 그냥 잠들었다. 도사님이 했던 말들이 귓가에 맴돌긴 하지만, 그렇다고 덜컥 큰돈을 들여 이름을 바꾸기엔 확신이 부족하다. 아마 당분간은 지금 이름 그대로 살면서 조금 더 고민해볼 것 같다. 다들 이렇게 고민 끝에 이름을 바꾸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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