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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앱 켜놓고 사주 보다가 허탈했던 밤

심심해서 시작한 점신 앱이 생각보다 디테일해서 놀랐다

며칠 전 새벽에 정말 할 일이 없어서 핸드폰을 뒤적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친구들이 예전에 다들 한 번씩은 깔아봤다는 ‘점신’ 앱을 나도 다시 설치해봤다. 사실 예전에도 깔았다가 금방 지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AI니 뭐니 해서 더 정교해졌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들어가자마자 생년월일이랑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고 내 운세를 확인했다. 무료 버전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광고가 툭툭 튀어나오는 건 여전히 짜증 나긴 했다. 그런데 결과가 생각보다 내 상황이랑 너무 묘하게 맞아떨어져서 깜짝 놀랐다. 특히 직장운 관련해서 나오는 설명들이 최근에 겪었던 스트레스랑 겹쳐 보이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통계학이라더니,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데이터가 내 상황을 설명해주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냥 끼워 맞추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5천 원 결제할까 말까 하다가 참았다

무료 운세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하단에 있는 상세 풀이 결제 버튼을 계속 쳐다봤다. 가격은 대략 5,000원에서 10,000원 사이였다. 한 번 치킨 먹는 돈도 아닌데 싶다가도, 막상 결제하고 나면 허무할 게 뻔해서 참았다. 예전에 용한 점집을 찾아가려고 전화 사주를 알아봤을 때는 30분에 5만 원 정도 부르길래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앱은 훨씬 저렴하니까 접근성은 확실히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지금 어디에라도 기대고 싶다는 뜻인가 싶어 괜히 현타가 왔다. 앱 안에는 관운이니 재물운이니 하는 항목들이 즐비했는데, 사실 이걸 다 본다고 해서 당장 내일의 내 업무 환경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나.

데이터가 말해주는 내 운명이라는 게 과연

요즘은 사주 앱 말고도 사주를 봐주는 AI 서비스가 챗GPT 스토어에도 있다고 들었다. 인하대 이은희 교수가 젊은 세대들은 무속인보다 AI가 분석한 데이터 기반의 결과를 더 신뢰한다고 했던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나도 솔직히 무속인들이 하는 신점은 좀 무섭기도 하고, 가서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 꺼려지는데 앱은 그냥 화면에 글자로만 나오니까 마음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 앱이 나한테 보여주는 결과가 이름과 나이만 같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출력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차피 알고리즘이 짜주는 글귀들인데 내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새벽 2시에 불 꺼진 방에서 휴대폰 밝기만 켜놓고 생각에 잠겼다.

운이 안 풀릴 땐 관악산이라도 가야 하나

앱에서 ‘기운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갑자기 어디라도 다녀와야 하나 싶었다. 티비에서 사주 전문가가 관악산 기운이 좋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운이 안 풀리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산을 찾고 물을 찾을까. 단순히 마음가짐을 바꾸려는 걸까, 아니면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라는 게 있는 걸까. 고민을 하다가 다시 앱의 오늘의 운세 화면을 새로고침했다. 여전히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걸 보고 위안을 얻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폰을 끄고 잠을 자야 할지 계속 고민만 했다.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앱만 껐다 켰다 반복하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젯밤에 왜 그렇게 사주 앱에 매달렸는지 조금 민망해졌다.

결국은 내가 믿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게 아닐까

사주라는 게 결국은 정해진 데이터를 확인하는 작업인데, 왜 나는 자꾸 무언가 확답을 듣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점집에 가면 무속인이 ‘이건 이렇다’라고 확신을 주길 원하고, 앱을 보면 ‘당신은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문구에 안도한다. 결국 사주를 본다는 건 내 불안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행위인가 싶다. 오늘 회사에서 실수를 하나 했는데, 어제 앱에서 ‘오늘은 언행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생각나서 괜히 소름이 돋았다. 맞출 수 없는 걸 맞춘 건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는 사주 앱 대신 그냥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거기서 운세 확인하는 건 그만하고, 그냥 좀 멍하니 있다 오는 게 지금 나한테는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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